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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가이드 나우온재즈 재즈에세이

제목: 낯선청춘의 재즈감상 1

2005-08-05

어떤 것부터 들어야 하는가?

제 홈페이지를 통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재즈를 처음 듣는데 어떤 것부터 들어야 하나?’입니다. 특정 연주자나 앨범에 대해 문의하는 것보다 사실 이런 종류의 질문이 저로서는 가장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음악이란 것은 자신과 주파수가 맞아야 하는 것인데 자신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 없이 그저 어떤 앨범을 들어야 하는가? 라고 물어오시니 난감할 수밖에요. 재즈를 많이 듣고 또 그에 관한 글을 쓰고는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객관적이지도 못하고 따라서 자신 있게 주관적이지도 못해, 마치 시험 문제를 볼펜 돌리기 해서 찍듯이 답 글을 보내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비단 저에게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닌듯합니다. 인터넷 상의 재즈동호회 게시판에 가 보면 같은 질문이 며칠 간격으로 빈번하게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일단 재즈에 대해 이러저러한 경로로 관심을 갖게 되어 재즈를 들어보고 싶어 하는 분들, 그러니까 미래의 재즈 애호가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저는 이런 긍정적인 면 뒤에 숨겨진 불안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재즈를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재즈 인구의 증가는 그다지 크게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재즈를 맛보러 오시는 분들은 많지만 이후 지속적인 재즈 애호가로 남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겠지요. 바로 이것이 한국에서 재즈가 튼튼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즈가 10여 년 전부터 많은 분들에 의해 거론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작지만 하나의 문화 코드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다지 크게 나아진 것이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분은 이런 말씀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소리냐? 이렇게 재즈 잡지도 있고 인터넷 상에 많은 동호회도 있으며,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 공연이 이어지고 있는데 재즈가 한국에서 정착이 안 되었다는 것은 착각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한국 재즈 시장의 허와 실

그렇습니다. 겉으로 본다면 한국에도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급의 차원이라는 생각입니다. 정작 그런 발전에 비해서 수요를 담당하는 감상자 층은 두터워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공통된 사항임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에서 재즈라는 장르와 그 시장은 경제적으로 튼튼하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라 재즈 발전의 가시적 효과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음반 제작이 어려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감히 말씀 드리건데 현재 한국 재즈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이런 물량적인 공급과는 상관없이 그저 유명한 몇 곡과 역시 유명한 몇 개의 앨범, 그리고 몇몇 재즈 아티스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어쩌면 한국에서의 재즈라는 것은 실제 크기와 표면적 크기에 있어 상당한 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좀더 이런 편차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면, 그것은 재즈가 그 자체로서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전에도 한국에 재즈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세간에 떠오르게 된 것은 약 10여 년 전부터입니다. 경제를 비롯한 다른 제반 여건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보통 모 방송국의 드라마와 색소폰을 불었던 주연 배우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음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본다면 한국에서 재즈라는 장르의 부상은 재즈 그 자체에 의해서이기보다는 재즈 외적인 면에 의해서라고 볼 수 잇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재즈의 고급스러움을 이야기하고 재즈 카페를 이야기했지만, 주제곡처럼 그 주연 배우가 (흉내로)연주했던 곡이 ‘Manha De Carnaval’이었다는 것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가장 늦게 나타나야 했던 것이 가장 먼저 나타났던 것입니다. 감상의 차원에서 재즈가 관심을 끌었던 것이 아니라 소비를 상징하는 차원에서 재즈가 관심을 얻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재즈의 거품 현상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어떠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재즈를 듣는 것과 재즈를 아는 것?!

한편 이런 현상은 감상하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동일하게 생각하고 나아가 알고 있는 것을 더 크게 보는 태도의 성행을 수반합니다. 그래서 처음 재즈를 접하시는 분들 중에 욕구가 조금 강하신 분은 추천 음반 이전에 재즈에 관련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나아가서 재즈를 듣기 이전에 어떤 재즈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만 습득하거나 확인하는 경우를 확산시킵니다. 이해가 아닌 맹목적 수용이라고 할까요?

즉, 자신만의 재즈에 대한 느낌을 갖기 이전에 ‘재즈는 자유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재즈가 자유일지는 몰라도 자유로운 재즈 감상은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유달리 한국에서의 재즈 인구가 50,60년대의 재즈만을 정통이라는 명목으로 선호하고, 나아가 최근 유행하는 스무드 재즈, 퓨전 재즈를 한 단계 아래로 보는 풍토가 생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지식적인 부분을 중요시하는 풍토는 올바른 재즈 감상을 막을뿐더러 재즈에 대한 환상만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상 이전에 재즈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들을 나열로 자신의 재즈에 대한 이해를 그릇되게 과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주변에 많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저를 비롯한 평자들이 그런 계몽주의적인 시각을 많이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바른말을 하는 거짓말쟁이가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다른 나라보다 재즈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가 많고 또 그것이 많은 분들에게 익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재즈에 대한 증가, 음반 산업의 발전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결국 저자들의 의도와 달리(사실 재즈보다 그 주변이야기가 더 낳습니다만) 지식 혹은 분위기의 차원에서 이 책들이 받아 들여 졌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잠재되어 있다

저는 한국에 재즈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씀드렸지만 그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은 많은데 이를 흡수하는 매체나 방법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즉 어떤 앨범부터 들을까요?라고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스탄 겟츠와 호아오 질베르토의 [Getz & Gilberto](Verve/1962)를 들어라, 퓨전 재즈를 들어라- 이 부분은 후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할 계획입니다-는 식의 답변 이후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답변마저 시원하게 해 주시는 분들이 적습니다. 실제 인터넷 상의 한 재즈 동호회를 보면 어떤 앨범부터 시작할까요?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회원은 많지만 그런 분들께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 주시는 회원은 너무나 부족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일단 맛을 본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은 대부분이 곧장 흥미의 자연도태를 겪게 되고 맙니다.

그러니 한국의 재즈 인구 증가가 매우 더딘 것이지요. 그렇다고 모든 재즈 인구가 진지하게 재즈를 논하고 한 달에 음반을 수 십장씩 구입하고, 공연도 줄기차게 보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니아는 아니더라도 애호가라고 말할 수 있는 계층이 보다 더 증가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야 한국에서 재즈가 정말 탄탄한 위치를 잡고 나아가 보다 많은 국내 재즈 음반과 공연의 생산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재즈에 대한 관심을 갖는 분들이 비교적으로 등장하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연재를 통해 저 나름대로는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하려고 합니다.

거창할지는 모르나 바로 오늘 재즈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시작해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 분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의 이야기를 전개하려고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재즈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한 기획은 많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감히 능력은 부족하지만 재즈를 오늘 처음 접한 가상의 한 분을 상정하고 점진적으로 그 분을 재즈의 한 가운데로 인도하는 글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한편 앞으로의 제 글 또한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음을 시인합니다. 또 다른 환상을 하나 더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어디까지나 음악은 감상의 대상이고, 또 그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제 생각을 일반화한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모순을 낳을 수 있음을 시인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들은 객관성을 유지하더라도 저의 경험을 기본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계속 바른말을 하는 거짓말쟁이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어디까지나 재즈 감상의 한 경우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글 | 낯선청춘 최규용 www.jazzspac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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